‘벚님이’로 시작해서 ‘너에게’로 마무리한 첫 그림책입니다. 군포 설화라는 주제가 있는 그림책 수업이었습니다. 나름 부주제로 두 딸을 위한 아빠의 마음에 맞추어 작업을 하였습니다. 벚님이를 그리다 보면 어느 새 어릴 적 저와 만나곤 하였습니다. 아빠와 추억이 많은 벚님이, 아빠와 추억이 뚜렷하게 없는 벚님이 모두에게 이 그림책을 바칩니다.
재료
- 종이: 하네뮬레 30*40cm 300g 세목
- 물감: 다니엘 스미스 24색
- 붓: SERIES 80R BABARA 0,2,4호
너에게
옛날 정자골 연못 옆에 아빠와 벚님이가 살았습니다
봄날에 태어난 벚님이입니다
벚님이의 아빠는 도공입니다
오늘도 벚님이는 점토 위에서 구릅니다
가끔 먹기도 합니다
도공은 작은 흙덩이에 물을 붓습니다
만들어진 반죽을 개어서 체를 칩니다
큰 반죽덩이를 발로 밟습니다
오늘따라 반죽을 하는 도공의 발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무릎을 포개어 모양을 만듭니다
물레에 반죽을 올립니다
발을 구릅니다
부디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발을 더 힘차게 구릅니다
행복하게 해달라고 마지막 남은 힘을 물레에 실습니다
시집갈 때까지 물레질을 할 수 있는 힘을 달라고
반죽은 이제 모양을 다 갖추었습니다
유약을 양손으로 정성껏 바릅니다
목련이 하얀 표면을 뚫고 나옵니다
모란이 질세라
얼굴을 내밉니다
봄의 만개를 알리는 나비가 나풀댑니다
나비가 풀꽃 사이로 사라집니다
올해 벚님이에게 줄 분항아리가 나타납니다
이제 다 마른 분항아리를 불에 굽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완성이 됩니다
벚꽃 피는 봄날이 벚님이의 생일입니다
도공은 아랫목에 분항아리를 두고 나왔습니다
아직 식지 않은 따뜻한 분항아리는 열 번째 생일 선물입니다
늙지 않는 마음 그릇을 빚는 동안 그 마음은 아름답고 세상에 하나 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