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CICADA

“매미“는 최정은 작가의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에서 소개된 책이다. 그녀는 거의 50권 가까운 책을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서 풀어 나갔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라. 다소 무거운 소재들이 있었는데 “매미”도 그런 소재를 중심으로 쓰여진 동화책이다. 초등 4학년인 둘째 딸은 매미책이 너무 무섭다고 얘기했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회색톤 위에 그려진 매미책에 나도 한참 동안 손이 가지 않았다. 곤충은 징그럽고 싫은 것이니까.

이 책에서 숀 탠이 얘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매미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한 곤충과, 그를 좋아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기업의 백색 계급 노예 제도의 암시적인 공포에 대한 매우 간단한 32쪽의 그림책입니다… 아니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벌레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언제나 알 수 없습니다.“

숀 탠의 홈피에서 나온 ”매미“에 대한 글이다. 이 책에 아이디어는 2005년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생겼다고 한다. 수백 개의 회색 창문으로 가득한 거대한 회사 건물의 잔인함을 보았다고 얘기하는데 그런 눈을 가질 수 있는 건 세상과의 거리감을 통해서 인 것 같다. 그의 아버지는 20대 초반에 말레이시아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다. 처음에는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힘들고 고된 일들을 주로 하였지만, 성실히 일해서 여러 회사에서 건축가로 일을 했다. 손 탠은 아버지가 뛰어난 기술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실력과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방인의 아들로써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게 된 것이다.

동독에 잔해가 남은 회색 건물들 속에서 유난히 인간이 비인간화 되어버리는 느낌은 뼈 속까지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독일에 회색 하늘도 사람을 더 우울하게 만들기도 한다. 난 이 책을 읽고 떠오른 책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었다. 매미는 사회에서만 버림을 받았지만, 평범한 독신 세일즈맨인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기괴한 갈색 벌레로 변하면서 회사에서 그리고 가족에게서 단계적으로 버림을 받게 된다. 열등감, 식욕부진에 빠져 어느 날 아침에 죽는다. 이 그레고르가 나일 수도 있고 그레고르의 엄마, 여동생이 나일 수도 있다. 피해자, 가해자 어느 쪽에서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존재이다. 마흔이 훌쩍 넘어버린 엄마로서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무언가 가족을 위한 일을 하지 않으면 가족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수 도 있지 않을까? 반복되는 집안일을 하는 내가 언제 쯤 이 상황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을까? 혼자 만들어 놓은 엄마의 할 일에 매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선 후기의 문인인 이옥의 글로 성찰적인 곤충 얘기로 마무리 하고 싶다.

”벌레 중에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는 것은 모두 날개가 없어 날지 못하던 것이 변화한 것이다. 매매의 근본은 유충이다. … 날개가 있어 날 수 있는 것들은 근본을 따져보면 꿈틀거리지 않는 것이 없다. …혹은 땅속에서 꾸물거리고 꼬물거리는데, 뜰을 지나가며 그것들을 보는 이마다 침을 뱉어 더럽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다.

등에 잔 점들이 있는데, 때가 되어 변화하면 형체가 바뀌고 달라지니, 날개가 없는 것은 날개가 생기고, 날지 못했던 것은 날 수 있게 된다….너울거리는 우아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화려하다.“

이옥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글을 발췌하였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남을 낮추는 행위들은 결코 자신을 높이지는 못한다.”매미“라는 책이 다소 그림책으로는 무거운 소재이지만,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들을 그려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지금은 이 책을 무섭다고 하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 이 동화책을 다시 읽는다면 무어라고 할까?

*낭송 이옥 | 낭송Q 시리즈

이옥 (지은이),채운 (옮긴이),고미숙 (기획)북드라망2015-02-04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 – 긴 터널을 통과하는 이들을 위한 그림책 수업

최정은 (지은이)옐로브릭2021-03-30

Auth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