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감과 기시감의 사이_1 Between Jamais Vu and Déjà Vu_1


개학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방학이 끝나기 전에 꼭 그림을 그리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이 앞선 상태에서 그림을 시작했다.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지만, ‘왜 이제서야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하는 작은 자책이 스쳤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정말 짧고 빠르게 지나갔고, 완성된 그림은 기대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걸 편집할 가치가 있을까? 유튜브에 올린다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까? 고민했다. 이성적인 고민이었다. 그림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것도 욕심 아닐까? 매번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고, 인생이란 결국 계획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게 아닐까?

이번 작업은 기존의 그림자 작업과 주제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다른 오브제를 사용했기에 새로운 제목을 붙였다. “미시감과 기시감의 사이_1(Between Jamais Vu and Déjà Vu_1)”.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첫 번째’라는 뜻을 넘어, ‘두 번째 작업을 하라’는 내적 명령이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문득 내가 내일도 개수대 앞에 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익숙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의 내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나는 그런 ‘일상의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마주하는 나’를 그리고 싶었다.

바쁘게 살다 보면 모든 것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결국 시간에 밀려 ‘나’를 마주할 순간조차 없는 날들이 이어진다. 하루에 단 몇 초라도 나를 만나는 시간이 사라진다면, 그건 너무 삭막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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