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과 영화가 있는 테라피라는 강좌제목에 이끌려 수강을 하게 되었는데 성연아 강사님은 카피라이터로 오래 일을 하신 경험이 있으신 분이었다. 그림책의 그림보다는 이야기의 숨은 메세지를 잘 포착하시고 질문을 잘 던져주셨던 것 같다. 1주차의 숨은 주제는 ‘이완’이라고 생각한다. 행동치료기법으로 이완기법을 포함한 체계적 둔감법(Systematic desensitization)과 상호억제법(Reciprocal inhibition)을 조셉 월피(Joseph Wolpe)가 연구하였는데 고양이가 실험신경증 증상으로 공포 반응을 보이는 동안 먹이를 먹는 행동이 억제된 것을 관찰하였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생리적으로 이완된 상태가 되며 이완상태와 불안한 상태는 서로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배가 고파서 밥을 먹을 수도 있지만, <리틀 포레스>에서 마음이 고파서 고향집에 내려와서 밥는 주인공은 본능에 가까운 것 일 수도 있다.
<영화와 철학으로 읽는 그림책>이라는 부제목 아래 영화<리틀 포레스트>를 보기 전에 김양미의<맛있는 건 맛있어>라는 그림책을 읽었는데 맛있는 것에서 파생되는 즐거운 감정들과 이완된 정서의 확장을 통해 음식 넘어있는 안식처의 대상이나 장소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이 <맛있는 건 맛있어>를 읽고 소울푸드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나의 마음을 달래고 힘을 주는 음식은 시래기국이었다. 어릴적 엄마가 햇볕이 잘 드는 부엌 바닥에서 절구에다 생들깨를 갈아서 체에 걸러서 멸치육수에 시래기를 넣고 끓여 주던 소박한 음식이다. 먹으면 속도 편하고 힘이 나던 음식이다. 엄마는 원체 말 수가 없었던 분이었는데 밥에 대한 언어는 진심이셨던 것 같다.
영화<리틀 포레스트>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배가 고픈 영혼이 고팠던 주인공이 엄마와 어릴적 만들어 먹었던 음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통해서 엄마, 영혼의 안식처에서 쉬어가는 행위 속에서 머무르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주인공 김태리를 보면서 첫째딸이랑 오버랩 되어서 내 딸을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보았다. 오늘 오후 간식을 뭘로 줘야하나라는 엄마의 흔한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영화에 관한 질문은 나만의 ‘작은 숲’에 관한 질문이었다. 나는 시간적인 측면에 부분에 무게를 두었던 것 같다. 몰입을 위한 그림 그리기, 책읽기, 걷기 등이 나의 작은 숲이다. 같이 수업을 듣는 분들은 가까운 가족, 음악을 듣는 거실 공간, 지하철, 식물원등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1977년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M.B. 고프스타인(Marilyn Brooke Goffstein)의 <할머니의 저녁식사/ Fish for supper>를 읽었다. 이 그림책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딱 필요한 것만 있다는 논평처럼 소소한 하루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루틴으로 살아가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들 수 있는 절제를 보면서 나의 삶의 방향성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왠지 동지를 만난 느낌. 마지막 질문은 무너지는 순간만다 나를 일으켜 주는 일상의 소소한 루틴이나 방법에 관한 질문이었다. 아침에 디카페인 라테로 시작하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늦은 오후 일몰 30분 전에 귀가 하는 태양을 따라 산책하는 것을 적었다. 삶의 감사의 정점은 막내와 자기 전에 포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