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잠수

이상심리학을 다시 공부하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정신상태의 경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내 안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고 인정하기도 싫어서 덮어두고는 있었지만, 막연하게 감정이나 정신이 아픈 것에 대한 궁금증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모발 뽑기 장애(Hair-Pulling Disoder)를 읽다 보면 고등학교 때 곱슬 머리카락을 뽑다가 손가락에 찔려서 아파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에서는 외출할 때 문을 잠궜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다시 집으로 가던 나의 모습도 보인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모호하다.

DSM-5 기준과 증상을 진단 내리기 위한 조건을 보면 수많은 저자의 고민과 노력이 흔적이 보인다. 책을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호한 상태가 분명해지지 않지만,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사라 스트리츠베리(Sara Stridsberg)의 <여름의 잠수>에서는 아빠가 어느 날 사라지는 것으로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있는 아빠를 만나고 기다리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날개가 있다고 믿는 아빠,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안들 만큼 슬픈 아빠를 보는 딸 그리고 그 주위를 배회하는 사비나. 사비나는 세룰리언 블루(Cerulean Blue)의 가운 안에 선홍색 수영복을 입고 다닌다. 언제나 수영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더 이상 딸을 보고 싶지 않다는 아빠에게 밀려난 주인공과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비나. 주인공과 사비나는 나무 아래에서 만났다. 벤치와 풀밭은 수영장이 되고 녹음(綠陰)은 밝은 청록색으로 현실은 상상으로 바뀐다. 그렇게 여름은 보냈다. 아빠가 처음 왔을 때는 겨울이었지만, 여름이 오면 다시 살아났다.

주인공은 이제 어른이 되었고, 세상에는 행복하지 못한 사람도 있고 때로는 가끔 슬퍼서 주위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해 여름과 사비나가 내 친구였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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