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dow at 5:45PM

도서관을 나서던 오후 5시 45분, 콘크리트 벽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해가 기울며 황금빛으로 물든 햇살이 벽면을 타고 퍼져나가고, 그 위로 깊고 짙은 그림자가 얹혔다. 빛과 어둠이 맞닿은 경계에서 색의 대비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 장면을 담고 싶었다. 햇빛은 순수한 노란색으로, 그림자는 울트라 마린으로 표현했다. 두 색은 서로 강한 대조를 이루지만, 동시에 조화를 이루며 화면을 채운다.노란색의 보색은 보라색이지만 울트라 마린은 일반적인 파랑보다 조금 더 보랏빛을 띠는 경향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을 한 것도 있는 것 같다.

회색의 콘크리트 벽에 드러워진 그림자의 질감을 살리고 싶어서 그림자에 텍스처 미디움을 과슈와 섞어서 질감과 색감을 동시에 표현하려고 하였다.

매끄러운 황금빛 공간과 달리, 그림자는 결을 품고 있다. 마치 바람이 지나간 자리처럼, 혹은 시간을 품은 흔적처럼. 빛이 쏟아지는 곳은 따스하고 평온하지만, 그림자는 그 자체로 깊이와 무게를 가진다.

그림자를 표현하는 것은 단순한 어두움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그리는 일이었다. 울트라마린의 깊숙한 푸른색 속에는 저녁이 찾아오고 있다는 예감, 하루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감각들이 녹아 있다. 노란빛은 따스한 온기를 전하지만, 그림자는 그 순간의 정취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그날의 온도는 봄과 가을의 경계에 선 듯 몽환적이었다. 따뜻하지만 서늘한 기운이 스며든 공기처럼, 이 그림 또한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공간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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