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스 비크의 마지막 하루은 처음 읽기 시작할 때부터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과 위화의 <제7일>이 떠올랐다. 특히 노르웨이라는 배경과 잔잔한 분위기 때문에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과 오버랩이 되어서 초반에는 집중과 몰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읽어 갈수록 이 작품은 오히려 이전에 읽었던 작품들과 다른 색깔에 인물들과 인물 사이에서 상상을 하고 눈 앞에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일상의 소소함’을 삶과 죽음 사이 어딘가에 자연스럽게 배치해 놓았다는 점이었다.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하루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오히려 삶의 본질처럼 느껴졌다. 죽음이라는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일상의 온도와 질감을 놓치지 않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작품 속에서는 옷과 사물들이 인물을 설명하는 중요한 상징처럼 사용된다. 예를 들어 마르타를 처음 묘사할 때 등장하는 스비툰 브랜드의 녹색 자전거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시대성과 현실감을 동시에 드러낸다. 여기에 ‘녹색’이라는 색채가 더해지며 마르타라는 인물의 분위기와 생명력을 강조한다. 또한 검은 드레스, 닐스의 트위드 코트, 하얀 셔츠와 빨간 정장 같은 구체적인 복장 묘사는 인물의 성격과 감정을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전달해 준다.
작품 속 인물들은 외모와 차림새를 통해 기억된다. 미스 노르웨이의 하이힐과 피아트 450 자동차, 푸른색 코트와 갈색 여행가방 속 미용 제품들 역시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인물의 삶과 시대를 드러내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특히 ‘푸른색 코트’를 읽으며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라 녹색이 섞인 피콕 블루 계열의 색을 상상하게 되었는데, 이런 상상들이 작품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담배 역시 흥미로운 상징이었다. 마르타가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담배를 피운다는 설정은 인물에 대한 예상과 이미지를 바꾸어 놓는다. 마르타는 FNL로고가 새겨진 블라우스와 청바지 차림으로 소파 한가운데에 편안하게 앉아 있었다. 작은 행동 하나로 캐릭터의 결이 달라지는 점에 작가의 섬세한 설정이 독자를 대하는 작가의 친절함이 묻어나왔다.
이 작품을 읽으며 일상이라는 소소함에서 시작하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특히 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에 의미가 있었던 페리 운전수라는 직업에 대한 설정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떻게 기억되고 기억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환기를 불러왔다. 이것을 통해 직업과 일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최근 스스로를 외부 관찰자처럼 바라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베란다에서 방 안을 내려다보며 마치 내가 이미 사라진 듯한 감각을 느꼈다. 나이가 들며 인간은 자신의 유한함을 점점 더 자각하게 되는데, 오히려 그런 감각이 일상의 소중함과 풍부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마음에 남았던 문장은 풍경과 장소에도 감정과 성별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장소라도 바람, 날씨, 시간, 그 순간의 분위기에 따라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장소 역시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인간관계 자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인간관계를 넘어 자연 속에 존재하는 ‘나’라는 감각에 더 집중하게 된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세상과 자연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느끼는 시간이 점점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이 작품은 삶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면서도 죽음 자체보다 살아 있다는 감각, 그리고 평범한 하루의 질감과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보여 주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