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재료] 젤스톤이라는 이름의 돌 가루, 벽의 질감을 조각하다

여름주제로 작업을 하면서 바다 속의 바닥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모래와 목공용 본드, 그리고 아크릴 물감을 섞어서 작업을 하였었다. 하지만 드로잉 수업에서 전문가용 재료인 ‘젤스톤(Gel Stone)’을 만났을 때, 저는 그 익숙한 재료들과는 또 다른 세계를 발견했습니다. 아크릴 수지(Acrylic Resin)에 미세한 돌가루가 이미 혼합된 이 합성물은, 작업의 편의성과 예술적 깊이 사이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모래와는 다른, 젤스톤의 섬세한 물성

이번에 사용한 ‘플러스 젤스톤 GS 300(브라운)’은 일반적인 모래보다 입자가 훨씬 균일하고 얇았습니다. 300g 두께의 종이 위에 나이프로 젤스톤을 펴 바르는 일은 마치 성벽의 기반을 다지는 작업과 같았습니다. 캔버스가 아닌 종이에 젤스톤을 올리고 그 위에 나이프로 벽돌의 선을 긁어내는 과정은 팽팽한 긴장감을 동반했습니다. 종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와 밀도를 가늠하며, 젤스톤의 표면 위로 벽돌의 구조를 하나하나 새겨 넣었습니다.

전문가의 도구, 그 뒤에 숨은 숙련의 시간

사실 젤스톤을 처음 접한 것은 발달 재활 수업에서 아이들에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다루어본 젤스톤은 생각보다 훨씬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였습니다.

건조 후 발생하는 미세한 가루 날림은 작업 환경을 통제해야 함을 시사했고, 꾸덕하고 묵직한 질감은 도구에 대한 숙련도를 요구했습니다. 아크릴 물감처럼 즉각적으로 다루는 재료들과는 달리, 젤스톤은 그 물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지금, 여기’에 꼭 필요한 순간에만 전략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심자나 아이들의 즉흥적인 작업에 바로 투입하기보다는, 교사가 재료의 특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통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재료인 셈입니다.

우연이 만드는 진짜 ‘벽’의 표정

그런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젤스톤은 대체 불가능한 질감을 선물합니다. 비슷한 명도와 채도의 브라운 오일 파스텔로 문질렀을 때는 평범해 보이던 질감이, 살몬(Salmon) 색상의 파스텔을 세워 요철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가자 비로소 ‘벽돌’의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돌출된 입자들에 걸려 툭툭 끊어지는 파스텔의 흔적은, 억지로 만든 질감이 아니라 시간이 빚어낸 성벽의 질감 그 자체였습니다.

붓질을 위한 고민: 미디엄과 함께하는 시간

작업을 거듭하며 젤스톤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물을 섞어 농도를 낮추는 것은 접착력을 떨어뜨리고 가루 날림을 유발하기에, 아크릴 미디엄(Medium)이라는 바인더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글로스 미디엄(Gloss Medium): 점도를 묽게 만들어 붓질을 부드럽게 펴 바르고 싶을 때 최고의 선택.
  • 젤 미디엄(Gel Medium): 젤스톤의 꾸덕함을 유지하며 양을 불리고 두께감을 살리는 용도.
  • 바인더(Binder) 역할: 젤스톤 속의 돌가루나 모래, 모델링 페이스트 속의 가루들이 종이나 캔버스에서 떨어지지 않게 꽉 붙잡아주는 ‘본드’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아크릴 수지임.

성벽을 쌓는 마음으로

이번 수업을 넘어 재료적으로 더 확장하고 싶어 선택한 젤스톤. 비록 아이들이 다루기엔 통제가 어려운 까다로운 재료이지만, 그 불편함조차 벽의 역사를 기록하는 과정의 일부라 생각합니다.

똑바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때로는 가루가 날리고 정리가 힘든 까다로운 재료이지만, 그 수고로움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인 ‘돌의 질감’은, 우리가 묵묵히 쌓아 올리는 성곽의 굳건한 토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젤스톤이라는 도구는 결국, 예술가가 얼마나 재료의 물성을 존중하며 소통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Tip. 젤스톤 다루기: 치료사를 위한 가이드

  • 핵심 활용: 초심자보다는 재료의 물성을 이해하고 정교한 표현이 필요할 때 전략적으로 사용.
  • 환경 관리: 마른 후 가루 날림을 대비해 비닐 작업은 필수.
  • 혼합 가이드: 물 대신 글로스 미디엄을 섞어 붓질의 부드러움을 조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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